철강산업과특허

특허청 금속심사팀 이경철 사무관

바야흐로 특허분쟁의 시대다.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분쟁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국가와 기술 분야를 막론하고 특허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우리 기업과 외국 기업 간의 국제특허소송은 국제금융위기 이후 2008년 181건에서 2013년 342건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는데, 이는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에 따른 외국 기업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허분쟁이 발생했을 때 기업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아무래도 막대한 손해배상액일 것이다. 일례로, 2012년 삼성과 애플 간의 소송에서 미국 법원은 삼성이 애플에 10.5억 달러(약 1.1조 원)의 손해배상액을 내도록 평결하기도 하였다. 또한, 특허분쟁은 손해배상액뿐 아니라 수출 및 판매금지, 기업 이미지 하락 등의 2차 피해 또한 동반할 수 있고, 판매금지 등은 중소 부품업계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특허분쟁을 대비하는 것은 기업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중소·중견기업 또한 특허분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2013년도 우리 기업과 외국 기업 간의 국제특허소송 중 59건(17%)이 중소기업 대상이라고 하니, 중소·중견기업 또한 특허분쟁에서 예외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특허분쟁이 기업의 규모, 국적, 사업 분야를 불문하고 일어나는 상황에서, 기업은 특허분쟁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우선, 기업의 사업 분야와 관련된 특허를 분석하여 해당 분야의 기술 흐름, 경쟁사의 기술 동향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특허 등록된 기술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하는 기술은 아닌지, 연구개발 중인 기술이 이미 특허로 등록된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특허 분석을 통해 연구 개발 방향을 확정하고, 장기적인 특허 획득 전략을 수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특허분쟁이 기업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특허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특허 분석에 기반을 둔 연구개발을 지속한다면 그 기업은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본 기고에서는 철강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철강분야의 등록 특허 동향, 주요 특허 출원 기업 등을 파악하고, 이슈가 되는 특허에 대한 분석을 통해 특허 관점에서 철강분야의 흐름을 파악해 본다.

철강분야특허동향

철강분야는 크게 제철·제강 기술, 합금 기술, 주조 기술, 철강가공 기술, 강판도금 기술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번 호에서는 <제철·제강 기술> 분야의 특허동향을 살펴보도록 한다.

지난 5년간 제철·제강 분야의 특허등록건수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꾸준히 증가하였다. 그러나 특허출원건수는 2011년을 기점으로 점점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특허등록건수도 앞으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제철·제강 분야에서는 지난 6개월간(2013.10. ~ 2014.3.) 총 384건의 특허가 등록되었고, 이 중 외국 출원 은 67건(17%)이며, 국가별로는 일본 41건(11%), 유럽 16건(4%), 미국 4건(1%), 호주 4건(1%), 중국 2건(0.5%) 순이었다.

중국의 세계 조강 생산 점유율은 2013년 기준 48.5%로 압도적인 수치를 차지하나, 등록특허 수가 아직 미미한 것으로 볼 때, 아직까지는 중국의 철강기업이 고급 철강재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수출을 시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제철·제강 분야는 일본 등 국외 특허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국외 특허의 동향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개월 간 등록된 특허의 권리자를 살펴보면, 최다권리자는 포스코로서 179건이 특허등록 되었으며, 이는 전체의 47%를 차지한다. 두 번째는 현대제철로서 67건의 특허가 등록되었다. 외국 기업 중 최다 권리자는 일본의 신닛테츠스미킨과 제이에프이 스틸로 각각 16건(4%)의 특허가 등록되었다.

[특허 Focus] 방향성 전기강판

제철·제강분야에서 많이 출원되는 특허 중 하나가 방향성 전기강판 관련 특허인데, 방향성 전기강판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신재생에너지 소재 등에 폭넓게 쓰이는 고성능 강판으로서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6개월(2013.10. ~ 2014.3.)간 우리나라에 등록된 방향성 전기강판 관련 특허는 총 24건이었으며, 이 중 포스코의 특허가 14건, 일본의 신닛테츠스미킨이 8건, 독일의 티센그루프가 2건 순이었다. 특허의 종류로는 ‘방향성 전기강판 및 그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가 20건, ‘방향성 전기강판의 열처리장치’에 대한 특허가 4건이었다.

얼마 전 포스코와 일본의 신닛테츠스미킨 간에 ‘방향성 전기강판’과 관련된 특허 분쟁이 있었다. 이 특허분쟁은 지난 2012년 4월 신닛테츠스미킨이 포스코의 방향성 전기강판 판매가 늘어나자 포스코가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한국, 미국 및 일본에서 특허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포스코는 해당 특허의 무효를 주장하며 특허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특허청은 2014년 2월 무효 심판 청구 소송에서 신닛테츠스미킨의 방향성 전기강판 기술이 이미 알려진 기술이기 때문에 특허로 볼 수 없다고 무효 결정을 내림으로써 포스코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앞서 미국 특허청도 지난해 10월 중간결정을 통해 신닛테츠스미킨의 기술이 이미 알려진 기술과 동일 또는 유사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닛테츠스미킨은 포스코가 2000년대 이후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기 시작하면서부터 방향성 전기 강판 시장의 점유율이 40%대에서 20%대로 축소되었고, 이로 인해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심결이 향후 미국 및 일본의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철·제강 분야 주요 특허 리스트]

산업의 기술흐름을 분석하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등록·공개된 특허를 분석하는 것이다. 특허 분석을 통해 경쟁 기업의 연구개발 동향, 기술 수준 등을 파악할 수 있고, 특히 외국 기업이 수출하고자 하는 품목 등을 짐작할 수도 있다.

아래의 리스트는 2013년 10월부터 2014년 3월 간 우리나라에 등록된 특허 중 3개국 이상 출원 건 및 출원 가능성이 있는 건들이다.

□ 2013.10.01. ～ 2014.3.31. 우리나라에 등록된 특허 중 3개국 이상 출원 건(69건)

□ 2013.10.01. ～ 2014.3.31. 우리나라에 등록된 특허 중 PCT 국내 단계 진입일 이전 건*(13건)

* 현재 3개국 이상 출원 하지 않았으나 출원 가능성 있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