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은 에너지 자원의 투입대비 많은 전기에너지를 저렴하게 생산하여 가정과 산업에 공급하고, 탄소(CO2)와 미세먼지 배출이 거의 없는 에너지 공급기술이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의 수소 폭발 사고는 원자력 발전 안전성에 중대 전환기가 되었다. 원전 사고의 원인이 핵연료 피복관의 고온산화에 의한 수소 발생으로 밝혀짐에 따라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원전 가동국들은 사고시 핵연료 피복관의 고온산화 반응을 줄이기 위한 신소재 및 부품제조 기술 연구를 수행하였다. 원전사고에서 핵연료의 안전성을 장시간 유지하여 중대 사고로의 진전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수 있는 사고저항성 핵연료(Accident Tolerant Fuel, ATF) 피복관을 개발하기 위해서이다. 사고저항성 핵연료(ATF) 피복관이 적용되면 사고로부터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된다.

 

사고저항성 핵연료 피복관은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시에 수소폭발을 막고 정상운전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고내식성 소재 및 부품제조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사고저항성 핵연료 피복관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지난 10년 동안 진행되었다. 그 결과, 현 가동 원전에 적용성과 경제성 그리고 성능해석으로 기존 지르코늄 합금 피복관에 내산화 물질을 코팅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기술로 나타났다. 내산화 물질 코팅기술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Cr 소재를 Cold spray 기술로 코팅, 프랑스 프라마톰의 Cr 소재를 HiPIMS(High-power Impulse Magnetron Sputtering) 기술로 코팅하는 원천기술을 각각 확보하여 사고저항성 핵연료 피복관을 상용화하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본 연구진이 독자적으로 Cr 또는 CrAl을 AIP(Arc Ion Plating) 코팅과 3D프린팅 공정기술 개발에 성공하여 원천기술을 확보하였다.

연구진은 원자력 극한환경에서도 내산화 성능을 유지하는 코팅 소재와 손상이 되지 않는 제조기술 개발을 목표로 이종소재의 접합기술, 미세조직 제어기술, 성능해석 및 검증을 체계적으로 수행하였다. 연구진이 개발한 Cr 또는 CrAl 합금 코팅 소재와 AIP와 3D 프린팅 공정기술은 미국, 프랑스에서 개발한 Cr 코팅 피복관 대비 우수한 성능을 가지면서도 제조 경제성이 확보된 우수한 결과이다. CrAl 합금은 상용 지르코늄 합금대비 고온 산화저항성이 1000배 향상되어, 국내외 개발 중인 Cr 소재보다도 산화저항성이 10배 이상 향상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개발된 사고저항성 핵연료 피복관은 발전소 정상조건과, 초고온 사고환경에서 성능검증과 4m급 실크기 제조공정과 장치디자인을 완성하여 산업화 관련 기술을 확보하였다. 원자력 사고저항성 핵연료 피복관 개발과정에서 소재와 부품제조 관련 특허와 노하우 기술은 비원자력 분야에 3건의 기술이전과 1건의
사업화로 국내 소부장 관련 중소기업 기술경쟁력 강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사고저항성 핵연료 피복관 기술은 불의의 원전 사고시 핵연료 피복관의 고온산화에 따른 수소발생을 감소시킴으로써 가동원전의 중대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 큰 성과이다. 또한, 이 기술은 정상적인 원전가동 환경에서도 피복관의 부식저항성 향상과 수소화물 형성을 막음으로써 기존 가동 원전의 경제성과 안전성 향상에 필요한 원자력의 핵심기술이다. 사고저항성 핵연료 피복관 소재 부품 핵심기술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원자력 발전이 가능하며, 대형 가동원전을 포함하여 중소형 원자로, 우주용 초소형 원자로 등 미래 원자력 핵연료 기술로의 활용성도 매우 높다. 원자력의 가혹한 환경에서 장기간 안전성을 유지하는 사고저항성 핵연료 내산화 소재와 AIP 코팅 및 3D 프린팅 관련 제조기술은 이종소재 코팅층의 박리가 발생하지 않는 고성능 내환경-고강도 소재 부품의 제조기술로 다양한 극한환경 산업분야로 전파도 가능하다.

 

2022년 유럽(EU)에서는 탄소제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녹색분류체계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을 최종안으로 포함시키면서 주요 해결과제의 하나로 2025년 이후 원전에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도입하기로 하였고, 국내에서는 K 택소노미에 원자력 분야에서 2031년부터 사고저항성 핵연료의 의무도입을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정세에서 원전가동 경쟁국들은 사고저항성 핵연료 피복관 기술을 조기 개발하여 치열한 국제 원자력 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화석연료 에너지원의 가격이 치솟고 수급이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사고저항성 핵연료 피복관 기술은 국내외 원자력 및 에너지 산업에 있어서 도전이자 기회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성능이 우수하고 상업화가 용이한 고유의 사고저항성 핵연료 피복관 기술은 경제적이고 안전한 원자력 가치를 실현하여 에너지 위기에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므로 경제 사회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김현길 부장은 "신소재 및 제조기술 개발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아이디어가 기술적 장벽에 의해 현실로 이어지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관련 기술부터 경쟁기술 그리고 신기술을 망라한 연구와 학습 활동으로 좋은 성과도 달성하였고, 어느 순간 우리의 실력도 크게 향상되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