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에 교두보를 마련하고 글로벌 인재 확보에 나섰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하고 현지 우수 인력 스카우트에 나섰다. 이곳은 기술 연구개발과 현지 기업들과 네트워크 구축 등을 담당하는 동시에 가스터빈 원천기술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 엔지니어, 석·박사급 인재 등을 리쿠르팅하는 역할도 맡는다. 두산 측은 현재 5명 정도인 인력을 50명 선까지 늘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 측에서 최근 들어 매우 적극적으로 전문 인력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발전기를 가동해 전력을 생산하는 핵심 기기인 가스터빈은 중공업·기계업계에선 '꿈의 기술'로 불린다. 부가가치가 높지만 기술진입장벽 역시 매우 높아 후발 기업들이 자체 개발을 시도하다 모두 고배를 마셨다. 미국 GE, 독일 지멘스, 일본 MHPS(미쓰비시와 히타치 통합사), 이탈리아 안살도에네르기아 등 전 세계 4개 회사만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또 다른 원천기술 보유 기업인 프랑스 알스톰은 지난해 GE가 인수했다.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열린 미래에너지포럼에서 GE오일&가스코리아 측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7~2013년간 평균 성장률이 4.8%였던 세계 가스터빈시장은 5.5%의 성장률을 보이며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셰일가스 개발, 석탄화력발전 성장세 둔화, 신재생에너지 개발 부진 등에 따라 2020년에는 가스가 오일·석탄 등과 동등한 수준의 에너지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가스터빈 개발은 두산중공업의 오랜 꿈이었다. 박지원 부회장과 그룹 오너인 박용만 회장 등 그룹 수뇌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가스터빈 개발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끊임없이 시도해 왔다.

박용만 회장

박지원 부회장은 공개석상에서 "두산그룹 미래는 가스터빈 사업에 달려 있다"며 "글로벌 가스터빈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 더 늦기 전에 인수나 자체 개발을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용만 회장 역시 "두산은 향후 미래 성장을 위해 가스터빈 원천기술을 꼭 보유해야 하고, 이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2013년에는 정부가 가스터빈 개발을 국책과제로 선정하면서 선도기업으로 참여하며 발전사와 서울대, KAIST 등 국내 유수대학, 협력업체 등과 공동 개발을 준비해 오고 있다. 한편으론 원천기술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2013년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기업 안살도 인수에 뛰어들었다.

박 회장은 인수 작업에 대해 직접 보고받고 중요 결정을 내리며 진두지휘했다. 거의 성사되는 듯했지만 이탈리아 정부가 국내 여론을 의식해 막판에 지분을 국영은행에 넘기기로 방침을 바꿔 인수는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두산은 안살도 측과 기술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두산의 도전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가스터빈 기술의 핵심인 블레이드(회전 날개) 개발만 놓고 봐도 단순한 발전기술 개발 차원을 넘어 소재과학, 에너지 및 공기역학, 기계설계, 코팅 기술, 냉각 및 공조 시스템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과 노하우가 필요한데 아직 선발 기업들과 격차가 크다. 우수 기술력이 있는 협력사들과 서플라이체인(공급망) 구축도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두산 측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2018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것"이라며 "수천억 원에 달하는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두는 것은 물론 동남아시아 등지로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용어 설명>

▷ 가스터빈 : 고온·고압의 연소가스로 터빈을 가동시키는 회전형 열기관. 보통 압축기, 연소기, 터빈 등으로 이뤄져 있다.

-출처: 매일경제신문